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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케이 연성해보네요!!ㅋㅋㅋㅋ후, 후시미군 해친다....0▽0!!!!




 꽤나 번잡한 레스토랑의 내부사정과는 달리 둘 사이의 식사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재즈의 선율과 레스토랑 곳곳의 가족, 친구, 연인의 이야기 소리들은 분명 소란스러웠다. 거기에 극명한 대비로 둘의 대화는 전혀 없었다. 결국 육즙이 불그스름하게 남아있는 접시 위로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후시미였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해?”


 그의 얼굴이 매상 짓던 무표정이나 가벼운 인상과는 전혀 다른 찡그림으로 역력했지만 그는 딱히 표정 관리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거기에 대고 무어라 잔소리를 늘어놓아봤자 피곤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 여자는 양 볼에 바람만 들어가 있을 뿐, 별다른 투정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순순히 입을 열어주기엔 여자의 그나마 남은 자존심 한 가락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하아, 오늘 일 빼기도 힘들었다니까.”


 눈치가 빠른 성격이니만큼 굳이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금방 알아챈다는 게 후시미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여자는 그런 점을 좋아하는 한편으로 조금 얄밉기도 했다. 솔직히 여느 드라마에서처럼 입술을 쭉 내밀고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정말 몰라? 하면서 약을 올릴 생각이 아주 없었느냐고 한다면 아니었다. 여자는 후시미 나름 최대의 사과인 투덜거림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쉽사리 수긍하기는 힘들었다.

 크리스마스였다.

 가까운 인연일수록 큰 연년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자는 올해만큼은 꼭 둘이서 하루 종일 신나게 보낼 거라며 열심히 계획을 짰건만 고작 3일 전에 겨우 들은 대답이라곤, 비상근무태세이므로 당일 시간을 빼기 힘들다는 전화 한통이었다. 그것도 겨우겨우 빼서 이브인 오늘 저녁 잠깐 시간을 내서 여자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예약을 넣어놓은 게 최선이었다. 물론 조금 감동을 받기야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도무지 감추기 힘들었다.


   “디저트도 안 먹어?”


 결국 완전히 접시를 옆으로 슬쩍 치우며 턱을 괸 채 빤히 여자를 쳐다보던 후시미는 그나마 살짝 달래는 음색으로 물었다. 언젠가 여자가 자꾸 이 레스토랑을 고집하던 이유가 샐러드, 디저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시미였기에 제 몫까지 조용히 양보해주곤 했었다. 그 묵묵한 상냥함도 좋기야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만큼은 마냥 얄밉기만 했다. 

 차라리 아예 둔치라도 되면 떼라도 쓸 텐데. 여자는 입술을 비죽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시미는 짧은 한숨과 함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챙겼다. 여자의 코트와 목도리까지 챙겨준 후 웨이터를 불러 빌지를 챙긴 후시미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여자의 한 손을 꽉 잡아왔다.


   “디저트 빼먹은 김에 나랑 어디 좀 가자.”





   “여기…….”

   “너 이상한 놈들한테 둘러싸여서 허둥댔던 공원.”

   “처음 만났던 곳이라고 해도 되잖아!”


 훅 얼굴이 발개져 왁 소리를 높이는 여자를 돌아보며 후시미는 오늘 처음으로 비죽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거기에 또다시 무어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울긋불긋 하는 여자의 모양새를 잔뜩 즐기며 후시미는 레스토랑에서부터 꼭 잡고 오던 여자의 손을 그제야 놓아주었다. 꽁꽁 언 작은 분수대의 옆에 살짝 걸쳐 앉은 채로 인적이 드문 공원의 작은 터를 잠시 둘러보던 후시미는 여자에게 손짓했다. 서운했던 마음과 살짝 토라진 마음이 겹친 것도 잠시, 검은 뿔테안경 너머로 빤히 주시하는 겨울밤색의 시선에 여자의 몸은 스르르 이끌리듯 그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레 여자의 어깨를 끌어당긴 후시미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얼어붙은 작은 분수대에 손끝을 대었다.


   “아……!”


 놀란 여자의 탄성과 함께 꽁하게 굳어있던 표정이 밝아졌다. 살얼음 냉기를 뿜어내고 있던 작은 얼음들이 일제히 녹아 번져나갔고, 후시미는 여자의 얼굴을 곁눈질 한 번으로 확인하며 입가의 미소를 더욱 길게 뻗었다. 이어서 다 녹아버린 분수의 물을 손짓으로 가볍게 튀기자 여자는 하지 말라는 투정으로 웃었다. 두 번 정도 장난질하던 후시미는 손으로 큰 포물선을 그리며 분수의 물을 공중으로 휙 끼얹었고, 여자는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으며 어깨를 당겨 안은 후시미의 품으로 꼭 붙었다. 미적지근한 물방울들이 쏟아질 줄 알았던 잠깐은 여자의 머리에 입술을 묻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눈을 뜰 수 있었다.


   “후시, 미!”


 자꾸 장난치지 말라는 항변은 여자의 입술에 내려앉은 작은 눈꽃모양 결정에 쑥 들어가고 말았다. 분명 공중으로 한 사발은 끼얹었을 물방울들이 반짝반짝 푸른빛을 내며 커다란 함박눈처럼 여자의 바로 앞에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원 나무에 얼기설기 걸쳐져있는 일루미네이션 빛까지 받아 떨어지는 작은 눈세계에 여자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고, 손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얼음 조각은 포르르 녹아 사라졌다. 그런 여자의 귓가로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연인의 목소리가 방금 사라져버린 눈 조각처럼 녹아내려왔다.


   “Happy white christmas, dear.”


 둘 사이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렇게 지나갔다.



Posted by 연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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