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_sion

트위터에서 풀었던 스가른 썰을 정리했습니다.


"내가 아마 널 좋아하는 듯 하다."로 시작하는 우시스가. 뻔뻔한 페이스의 우시지마와 읭?하는 스가와 눈커져서 돌이 된 오이카와. 그리고 오이스가는 절찬 연애중의 설정.

여튼 오이카와 앞에서 그렇게 폭탄선언하고 걱정마라며 그냥 고백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순순히 물러난 우시지마가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 유난히 더 스가를 떠올리는 실연느낌의 그것




*




안녕 꼬마야? 로 시작하는 카게스가 오이스가 쿠로스가 보고싶다. 스가는 제물로 바쳐진 아이, 이제 막 카라스텐구가 된 카게야마, 커다란 신목의 주인 오이카와, 꼬리가 아홉으로 갈라진 묘귀 쿠로오. 누가 이 맛있는 꼬마의 생기를 먹을까로 싸웠으면.

제물로 바쳐진 아이가 죽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죽는 순간 빠져나오는 생령을 흡수해야하는데, 셋 다 서로 안 뺏기겠다며 먹을 것도 주고 신당도 비워주고 입을 것도 주고 있음..... 결국 그렇게 열일곱까지 자라다가 열여덟의 생일에 굶주린 마을 사람들이 산까지 먹을걸 찾아 헤메다가 스가를 발견.

얘가 제물로 바쳐진지 언젠데 아직도 안 죽고 살아있냐며 산 채로 묻어버리는데, 삶과 죽음 가운데에서 요마에 가까운 쿠로오가 그들을 저주하고 신령이나 다름없는 오이카와가 축복을 거두어버리고 그것을 신에게 보고해야할 카게야마가 입을 다물어버리며 그곳 자체를 없었던 곳인양 감춰버림

그러나 이미 꼬마스가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영이고.... 셋이 잠시 본의아니게 합심한터라 머리를 모아 내린 결정은 까짓거 우리가 키우지 뭐ㅇㅅㅇ 하면서 기묘한 동거가 시작됨. 물론 스가는 자기가 아직 살아있는 줄 알아야한다

스가는 물론 저 셋이 인간이 아님을 진작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카게야마가 식사당번일 때는 좀 오래되어 생기가 없는 채소와 작은 고기, 오이카와는 나무열매, 쿠로오는 무조건 고기나 생선인데 비린내 심해서, 스가가 강하게 키워지고...

스가는 자기가 운좋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생령이기에 열여덟 모습으로 계속 남아있는데 어느날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자신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걸 알게 됨. 당연히 하는 호흡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쿠로오가 물 질색하지만 뛰어들어서 구해줬는데 멍해있는 스가...

뒤늦게 달려온 오이카와가 기꺼이 소맷단으로 산들바람을 불어주지만 스가는 이미 딴세상멍때림 후다닥 날아와 제 날개로 덮어주려던 카게야마한테 갑자기 달려드는 스가. 반사적으로 할퀴거나 밀지는 않았지만 발톱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는데 스가가 기다렸다는 듯 제 손을 스치고 피는 나오지않음

아... 나 죽었구나. 하고 중얼거리려던 찰나에 쿠로오가 천연덕스럽게 넌 다시 태어난거야. 여우 못지 않은 세치 혀를 놀렸으면... 무엇으로? 동그래진 눈으로 묻는 스가를 훑어보면서 씨익 웃고는 그걸 우리가 알아보려고 함께 있는거야. 그렇게 스가의 자아 찾기가 시작되는데(????




*




한때 마이붐이었던 이와스가 못지 않게 맛층이랑 스가가 매우 보고싶다. 한참 오래전에 오이카와랑 사귀었다가 오이카와가 프로 데뷔하면서 헤어졌다는 기반으로. 헤어지는 것을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눈으로부터 먼저 멀어지는거니까 스가가 배낭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첫 여행지는 로망가득한 영국. 일부러 볼거리가 많은 탓도 있어서 카메라 하나 들고 그냥 평범한 거리부터 해서 공원산책과 미술관, 박물관을 정신없이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동안 내내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평범한 동양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시선이겠지 치부했으면.

그리고 어느날 그 시선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공원에서 해사하게 웃는 어린 아이를 보고 사진촬영 허가를 받은 뒤, 촬영을 하는데 아이가 들고 있던 풍선이 날아가버린거. 사진찍던 스가의 뒤로 팔랑팔랑 날아가는 바람에 스가도 풍선 잡을 타이밍을 놓쳤는데, 어이쿠. 하면서 풍선을 잡아준건 맛층.

고맙다고 인사하다가 고개를 든 스가는 멈춤, 풍선을 잡고 아이에게 건네준 맛층도 흐응? 하면서 웃는 얼굴로 갸우뚱. 너, 너, 너, 하고 말잇못하는 스가를 보며 어. 나 네가 아는 마츠카와 잇세이가 맞을걸? 이런 소리나 하고 있고... 너 왜, 너 왜, 하는 얼굴에 대고 나? 나도 여행이지.

태연하게 물으려던 말을 가로채 대답하는 맛층. 어쨌든 반갑다. 이런데서 다 만나네. 하고 제법 뻔뻔하게 인사하고 얼결에 차도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데, 호텔에서 체크인 하다가 바로 옆에서 또 만나는 맛층... 얘 뭐지. 하고 동공지진 일으키는 스가한테 오, 잘 됐다. 너 영어 잘해?

아무렇지 않게 도움까지 받고서는 이야, 고맙다.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해죽을 뻔 했네. 보답으로 내일 점심이라도 사줄게./아니;; 괜찮.../아, 너도 조식 포함이야? 잘 됐네. 나 혼자 밥먹는거 영 어색해서.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어딜 봐도 혼자 밥 잘 먹을 것 같은데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스가.

이런 느낌으로 영국 일정을 같이 소화하는 사태에 이르는데... 영국 일정이 끝나고 프랑스로 넘어가면서 이제 진짜 안 만나겠지... 했는데, 프랑스 쪽 호텔 로비에서 스가와라?? 이야~ 이쯤 되면 운명 아냐? 따위를 인사로 건네는 맛층과 또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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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비 기사단에 빠져있어서... 하이큐도 기사단 보고 싶다. 성기사단으로 대표적인 4개의 전투조와 시작과 끝의 조, 정보조 총 6개의 조로 구성. 검과 랜스를 주무기로 하여 최강 물리공격력을 자랑하는 시라토리자와. 모든 마법과 연금술의 결정체 최강 마법공격력의 아오바죠사이.

빠르고 넓고 정확한 방어력을 구사하는 다테. 인술의 급습과 체인의 속박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완벽히 소화하는 카라스노. 이상 전투조 4개. 성기사를 발굴 및 육성하고 은퇴한 성기사를 지원하여 기사단의 맥을 "잇는" 네코마. 온 세상에 눈과 귀 그리고 직감을 겸비한 막강 정보조의 후쿠로다니.

기르가쉬가 3대나 몰려오는데 침착하게 선두에서 모니와의 지휘에 따라 전체 실드부터 두르는 다테조. 맨 뒤에서 여유롭게 마법진언 외는 오이카와와 아이스 파이어 썬더 그리고 힐차지까지 끝내는 아오바조. 실드를 겹겹이 싸고 나서 다테가 한발자국 물러나면 기다렸다는 듯 우시지마부터 랜스차지.

그리고 몇몇은 파힛 걸어서 양손에 든 블레이드에 파직파직 스파크가 튀기고 일제히 튀어나가 몸빵때리기. 그리고 오이카와가 외었던 진언이 기르가쉬의 바닥에 요란한 마법진을 그리면서 혜성을 떨어트리고, 광화시점이 다가오면 카라스노가 기르가쉬 3대를 모두 둘러싸 체인으로 팽팽하게 묶음.

필살기를 절묘하게 막아 속박하고서 시야를 가리며 급소부분을 정확히 노려 기절시키고 공격력을 극대화함. 그렇게 기르가쉬 다 물리치고 나면 왜 자기네들 공적이 적냐며 조장들끼리 입씨름하고 정작 조원들은 아 배고프다 저녁뭐지... 따위를 중얼거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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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로 아이돌 오이카와 납치한 스가 보고싶다. 불편할까 포근포근한 담요로 덮어놓은 무중력 의자에 묶어놓고 따뜻한 온열안대에 제일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천장가깝게 방음 창문설치해서 일광욕도 해드리고, 삼시세끼 맛있는 식사에 간식도 챙겨드리고... 도대체 뭐가 목적이냐는 물음에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별 건 없고, 저랑 한번만 해주세요. 물론 오이카와는 앞이 안 보이지만 이 납치범이 뻔히 남자라는건 잘 알겠어서 ????? 이 상태이고 스가는 꺄 말해버렸다 하면서 방방. 실은 얼굴이랑 스타일은 정말 제 취향인데 성격은 취향이 아니라서 고민 많이 했어요. 오이카와 ???남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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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스가로 동양판타지.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한 검은 고양이 쿠로오를 역시 하얀 까마귀라고 카라스텐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스가가 주워서 치료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쿠로오는 결국 죽고 스가는 슬퍼했는데, 쿠로오는 묘귀로서 다시 태어나 이번엔 반대로 스가를 돌봐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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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박한 확률로 후타나리가 태어난다는 설정으로... 남성베이스에 여성기, 여성베이스에 남성기 두가지 종류를 합쳐도 소수점에 가깝게 태어나는데 스가가 후타나리인거. 어렸을 때부터 가족 단체로 꾸준히 교육받아왔고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는데 도쿄 합숙때 스트레스로 생리가 일찍 터져버린거.

헉 *발하는 타이밍에 기막히게 쿠로오가 여어~ 하고 뒤에서 다가와 야 너 바지터진듯 하면서 제 허리에 묶었던 저지 벗어서 스가 허리에 둘러줌. 동공강진하는 스가한테 귓속말로 생리대 챙겨왔어? 하고 물어봐주고 셔츠 갈아입고 아이스크림 사러가자며 같이 숙소 올라가줌.

속옷이랑 이케저케 정리하고 나오는 스가가 무거운 얼굴로 어떻게 알았어? 하는데 벽에서 기대서 기다려주고 있던 쿠로오가 씩 웃으면서 감이야. 가자. 하고 스가 걸음에 맞춰 천천히 슈퍼에 가고... 아이스크림 고르고 있어봐, 하더니 갑자기 사라진 쿠로오.

애들수만큼 아이스크림 골라서 선생님 카드로 결제하는데 오, 딱맞춰 왔네 하면서 작은 봉지 달랑달랑 손목에 걸고 와서 그걸 스가 손에 쥐어주고 아이스크림 봉투 세개를 번쩍 들어서 앞서 가버리는 쿠로오. 뭐지싶어서 쥐어준 봉투 열어보니 진통제와 사이즈별 생리대. 그리고 단짠맵 과자 한봉지씩.

뭔가 멍해져서 바라보다가 후다닥 뒤쫓아가는데 쿠로오가 어어어 천천히 와. 귀한 몸이신데~ 하고 키득키득 웃고, 스가는 듣는둥마는둥하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퍼억. 악하는 쿠로오의 손에서 봉투 하나 뺏어들고 돌아감. 다들 스가의 또다른 봉투를 보며 손가락질하니까 내가 가위바위보에서 졌거든.

능청스레 거짓말하는 쿠로오. 그리고 쿠로오가 챙겨준 진통제를 먹었지만 악몽의 둘째날에 빈혈까지 겹친 스가. 결국 패널티로 플라잉 리시브하다가 잘못 넘어져서 그대로 못 일어나고 도대체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불쑥 나타난 쿠로오가 야 얘 더위먹었나봐. 아침부터 안색 안좋더라니.

그렇게 안아서 바람 잘드는 구석에 비스듬하게 눕혀주고 찬물로 적신 손수건 눈 위로 덮어줌. 많이 안좋아? 슥 물어보는 목소리도 목소리고 마냥 밑빠질것 같아서 죽겠는 스가가 으응. 아파. 엄청 아파. 낼 것 같지 않은 투정을 부리자 쿠로오가 네 덕 좀 보자. 하더니 무릎베개 해줌.




*




오이스가로 아이돌 오이카와와 그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스가 보고싶다. 오이카와, 스가, 카게야마 셋이서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냈는데 정작 데뷔한건 오이카와와 또다른 기획사로 간 카게야마뿐. 스가는 비쥬얼로 히트성이 없지만 가창력이 뛰어나서 오이카와의 뒤에서 작곡과 노래만 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오이카와의 실적으로 발표되었으면. 그 사실을 아는 건 카게야마뿐으로 선배, 그냥 저희쪽으로 오세요. 그딴일 그만두세요. 선배의 반짝임을 저는 알아요. 하지만 스가는 오이카와의 반짝임에 이미 매료된 상태였고, 어느새 제 목소리를 오이카와의 것으로 착각하기에 이름.

그리고 오이카와는 그것을 미안해하다가 점차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스가를 이용함. 점차 프라이빗매니저도 하지 않을 잔심부름까지 스가에게 시키면서 자존감이 점점 사라진 스가. 어느날 카게야마의 단독 콘서트 영상을 우연히 보게된 스가가 그제야 또르륵, 완전히 잠수를 타버리고.

갑자기 카게야마도 단독콘서트 투어를 끝낸 후 은퇴를 선언. 연예계가 발칵 뒤집히는데 연이어 카게야마가 연인과 함께 해외에 거처를 잡았다는 찌라시까지 돌면서 두번 발칵. 그리고 그 연인의 사진으로 뜬 것은 바로 스가. 첫번째 발칵에 환호를 지르던 오이카와가 이번엔 눈이 뒤집힘.

그리고 무작정 쫓아간 집에서 행복하게 웃는 둘의 모습을 보고 완전한 패배감에 빡침. 무작정 들어가서 스가 손을 잡아끄는데 스가가 처음으로 단호하게 싫어. 라고 눈 똑바로 보고 거절했으면. 그리고 오이카와의 닦개짓이 시작되는데... 물론 카게야마 속앓이도 시작됨.




*


1.

스가와라 코우시는 아역부터 착실히 올라온 유명배우이다.

사와무리 다이치는 스가와라의 기획사 대표로 둘은 오랜 친구이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스가와라와 같은 기획사이며 아이돌 그룹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

오이카와 토오루는 카게야마와 라이벌 격인 타 아이돌 그룹의 리더이며, 스가와라와는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쿠로오 테츠로는 모델 출신으로 예능에서 스가와라와 제법 죽이 잘 맞았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정통 연기자집안 출신으로 스가와라보다 훨씬 지지도가 높은 국민배우이다.

3.

위 6명의 인물의 관계도를 따져보자면, 스가와라 코우시가 중심이다.

4.

스가와라가 쉬는 날에는 꼭 사와무라와 함께 있었다. 둘은 오랜 친구이니 팬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5.

스가와라는 같은 기획사 동료들 중에 카게야마를 가장 예뻐했다. 그 증거로 둘은 팔찌나 티셔츠, 혹은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패션아이템을 종종 맞추곤 했다. 팬들은 설렌 의심이 들끓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6.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나서부터 오이카와는 인터뷰때마다 스가와라를 칭찬했다. 스가와라에 대한 질문이 없어도 자기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결국 인터뷰어가 참다 못해 그렇게 스가와라 씨가 좋냐고 묻자, 오이카와는 망설이지 않고 그가 하는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며 고백했다.

7.

쿠로오는 스가와라와 함께 출연했던 예능이 두 사람의 케미로 제법 대박을 터트리면서 더욱 예능 프로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스가와라와 함께였다. 예능 작가들 사이에서는 스가와라 코우시를 먼저 섭외하면 쿠로오 테츠로가 무조건 따라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8.

우시지마와 스가와라의 접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와무라 다음으로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동료임에는 변함없었다. 사석을 따로 가져 만난 적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포옹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는 포옹에 비쥬까지 추가되었다.

9.

스가와라 코우시의 팬들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




어느 날 택배 하나를 받았다. 아주, 아주 오래된 수첩이었다. 손바닥만했고, 그냥 까만 가죽 표지의 수첩이었다. 펼쳐보자 딱 한 마디만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적어도 잘못 온 택배는 아니었다. 틀림없이 내 이름이었다. 글씨는 단정했고 약간 동글동글해서 귀여웠다.

그 수첩은 한참동안이네 내 서랍에 대충 박혀있었다. 그 뒤로는 읽을 자신이 없었다. 누가 보냈을까. 그 의문만이 머리를 맴돌아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벌써 서른이 넘은 나이였고, 수첩은 적어도 10년 이전의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웠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성소수자이다. 그것도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보수적이라면 손에 꼽힐 그런 나라의 국민이자, 하필 그 일본에서도 구석에 박힌 미야기라는 촌구석에서 태어나 반평생을 살아왔었다. 나는 그런 곳에서 이른바 커밍아웃을 했고, 도망치는 선택지 이외를 떠올리지 못했다.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도피처에서나마 자유로웠다. 이따금 과거는 추억의 탈을 뒤집어 쓰고 나를 조롱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찾아준 친구를 버리지 못했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나는 몇 번, 과거의 친우들과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이윽고 후회했고 도돌이표를 찍었다.

나는 사람과 더 사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제법 괜찮은 방법이었다. 결국 나는 육체적 외로움을 버렸고 정신적 외로움을 충족시켰다. 적어도 침대 위에서 상상으로 즐기는 위로는 그 누구도 모를테니 좋은사람을 연기하기에 딱 적당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고백은 곤란했다. 나는 누구인지 기필코 알아낼 것이다. 알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근접한 이를 골라 대입하고, 떠올리고, 나 혼자 앓을 것이다. 그것은 싫었다. 마른 장작을 등에 이고 불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술 이기는 장사는 없었다.

빌어먹게도 기분좋게 들이부었던 회식 자리의 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추악한 외로움을 천천히 배양해냈다. 집에 돌아와 기어이 맥주 몇 캔을 비워버린 나는 쓸데없이 솟은 용기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합심하여 다음 장을 펼친 순간, 술이 확 깨어버리고 말았다.


1.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는걸까?

펜을 열고도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었을까. 처음의 몇 획은 잉크가 드문드문했다. 그의 고민은 천천히 계속되었다.

2. 맞아. 역시 나는 너를 좋아해. 그렇지 않고서야 네 얼굴이나 네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서 깜짝깜짝 놀라는 걸 뭐라고 설명해?

이번엔 투정이다.

3. 좋아해.

4. 쓰고 나니 시원한데 부족해.

5. 방금 직접 말해봤는데 이건 오버였던 것 같아.

6. 심장 터지겠네.

(연달은 고백에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7. 새삼 고백하는 애들이 존경스러워졌어. 놀려서 미안해. 정말 대단하다, 너희.

8. 열이 엄청 나서 찬물로 세수했어.

9.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10.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만 이런 건 불공평하잖아.

(만약 내 앞에 있었더라면 그는 저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이고 손부채질하며 얼굴을 식혀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결국 나도 찬물로 세수하러 일어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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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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