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님이 "다같이 귀가해서 헤어지는데 몰래 둘이 다시 만나서 공원가는거"가 보고싶다고 했는데 공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나는 약속나가기까지 1시간만에 후다닥 쓰느라 엄청 짧고.
“수고하셨습니다!”
높아진 하늘에 대고 쩌렁쩌렁한 귀가 인사가 올랐다. 그렇게 코트를 뛰어다녔는데도 기운 한 번 좋다며 운을 띄우자 왁자지껄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습기가 가시는 대신 이제는 슬슬 냉기가 몰려들고 있었다. 마냥 길게만 느껴졌던 여름이 한 순간에 가시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게 느껴졌다. 스가와라는 손에 들려있는 만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노을이 완연하게 내려앉은 하늘을 끔벅끔벅 올려다보았다. 조용히 따라오는 법이 없어 시끌시끌한 뒤를 곁눈질로 흘긋 돌아보자 그렇지 않아도 큰 녀석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 빼어난 금발이 금방 눈에 띄었다. 표정만 보아도 그 무리에서 빨리 나오고 싶은 속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서 스가와라는 남은 만두 한 입을 홀랑 우물거리며 쿡쿡 웃음을 삼켰다. 점차 골목에 접어들면서 뒤에서, 옆에서 내일 보자는 인사들이 한 움큼씩 쏟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가와라도 앞장서던 발길을 홱 돌려 손을 흔들었다.
“내일 보자!”
“넵!”
“안녕히 가세요, 스가 선배!”
“수고했어.”
저 멀찍이서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굳은 얼굴이 더 굳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전하며 스가와라는 마냥 더 활짝 웃었다. 몸을 앞으로 쑥 돌려 슬슬 가로등이 깜박거리며 점등하기 시작하는 골목길로 냅다 들어섰다. 직전까지 열심히 걷던 걸음에 조금 무게를 실어 느릿하게 발을 옮겼다. 걷는 길을 가만 내려다보며 스가와라는 속으로만 걸음 수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혼자서만 그렇게 가면 어떡해요.”
스가와라의 발치 앞에 유난히 긴 그림자가 닿았다. 미처 차는 숨을 가누지도 못한 목소리가 떨림을 담고 있어서 도리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바닥만 보던 눈을 들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불만스런 얼굴 그대로 살짝 고인 땀을 닦아내는 츠키시마가 보였다. 시선을 올린 상태에서 씩 웃자 불만 가득했던 것이 살짝 누그러지며 툭 가느다란 한숨을 뱉었다. 멈춘 자리에서 손만 쑥 뻗자 츠키시마가 한 발짝 성큼 다가오며 그 손을 잡았다. 조심스레 감싸는 모양을 스가와라는 억지로 어그러트리며 기어이 깍지를 껴잡았다. 약간 움찔하며 내려다보는 기색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다가서자 츠키시마는 옅은 초조함을 감추듯 몸을 돌려 앞장섰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왔네?”
“들를 데가 있어서 먼저 가본다고 했어요. 지름길이야 잘 알고 있으니까.”
하하, 짧은 웃음을 터트리자 깍지 낀 채로 마냥 조심스럽던 손끝이 꾹 힘을 실어왔다. 조심스럽게 문질러주던 스가와라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따라서던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서자 힐긋 눈가로만 물어오는 묵묵함이 닿아왔다. 언제나 미소하던 얼굴을 지우고 짐짓 심각한 얼굴로 올려다보자 그제야 츠키시마도 다시 몸을 돌려 스가와라를 마주했다. 목소리로 나오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물음에 대고 스가와라는 과장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요한 걸 잊었어.”
안경 너머로 살짝 커진 눈동자를 빤히 올려다보던 스가와라는 언제 심각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이내 미소를 드리우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약간 발끝을 세웠다. 그래봤자 츠키시마에게 있어 턱도 없었지만 그 조금의 발돋움으로 츠키시마는 피식 웃음이 번지고 말았다. 잡고 있는 손의 온도는 따뜻했고, 위에서부터 비춰오는 가로등 불빛에 스가와라의 얼굴은 매우 잘 보였다. 츠키시마는 다른 손으로 조심스레 말간 미소를 감추지 못한 얼굴을 매만졌다. 엄지로 눈물점을 쓸어보자 쿡쿡, 스가와라의 입술이 움찔움찔 웃음소리를 뱉어냈다.
“그러네요.”
뒤늦은 동조를 표하며 츠키시마는 고개를 숙였고 가볍게 맞닿은 입술채로 그들은 미소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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