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가른 전력 '겨울'에 참여했습니다! 쿠로스가에요!!
시린 바람이 한번 훑고 지나간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일부러 전철역과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곳을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는 턱없이 많았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하늘이 깨끗해서 제법 날이 풀렸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헛물을 켠 모양이 되고 말았다. 훨씬 추워져버린 기류 가운데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엉겁결에 초조해지는 마음에 박차가 가해져 휴대폰의 액정을 괜스레 켜서 시간을 확인하고 끄기를 반복했다. 혹시나 못보고 지나친 연락이 있는지 쓸데없이 메일함과 통화 목록까지 뒤져보고 나서야 뻐근한 목을 풀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깊게 내쉰 숨은 잠시간의 짧은 안개처럼 드리워졌다가 바로 사라졌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더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먼저 전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냥 역으로 데리러 간다고 할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떠올리며 나름 최선을 찾아 깊게 다시 내쉰 입김이 흘러나와 퍼졌다. 그 모양을 하릴없이 올려다보던 중, 옆구리에 툭하고 아프지 않은 주먹이 놀라기도 잠시 귓가에 즐겁게 내려앉는 목소리는 그리도 목 빠지게 원했던 그리움이었다.
“뭘 그렇게 봐?”
“스가!”
“오랜만이네. 쿠로오.”
말갛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미소에 대고 쿠로오는 북받쳐오는 반가움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단 신나게 애칭을 부른 것까진 좋았지만 어젯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고심했던 뒷말들은 한꺼번에 증발해버려서 쿠로오는 계속 찬 숨만 삼켰다. 나중에 도쿄 올라오면 한 턱 쏘겠다고 사와무라에게까지 아쉬운 소리해가며 일부러 역 근처 매운 마파두부집도 알아본 상태였다. 문제는 그 약도도 주머니 안에 찔러 넣은 손으로 꾸깃꾸깃한 쪽지로 변한 것이 바로 느껴졌다. 그런 쿠로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빨개진 코끝을 킁하고 삼키던 스가와라가 마냥 웃었다.
“나 때문에 괜히 나온 거 아니야?”
“아니, 괜찮아. 야쿠가 부탁하기도 했고.”
그 전에 내가 애인이랑 다녀오라고 영화표를 억지로 쥐어주긴 했지만.
뒷말을 말끔하게 삼키며 쿠로오는 씩 웃으며 지금쯤 리에프와 함께 영화관에 들어갔을 야쿠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속으로만 빌었다. 그리곤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스가와라의 양손에 가득 들려있는 짐 가방 하나를 냉큼 뺏어 들었다. 괜찮다며 다시 가방을 도맡아 들려는 손을 조심스레 잡아 가두며 최대한 떨리는 목소리를 감췄다.
“올라오는 데 고생했네. 바로 내일부터 집 찾는 거지?”
“응, 오늘은 일단 호텔에 짐부터 두고 한숨 돌리려고.”
“그래. 나도 어차피 한가한데다 근처니까 같이 둘러보지 뭐.”
그 김에 데이트도 하는 거고.
이번에는 아주 낮게, 아주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들릴 리는 없겠지만, 들어줬으면 하지만 양분되는 감정으로 갈등하면서도 쿠로오는 일단 웃으며 앞서 걸었다. 그리곤 혼잡한 거리 사이에 들어가기 직전, 비어있는 스가와라의 손을 스리슬쩍 쥐어 잡고 놀란 얼굴이 되어 동그래진 눈을 흘낏 돌아보며 쿠로오는 키득키득 덧붙였다.
“길 잃어. 호텔에 짐 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매운 마파두부 좋아해?”
“좋아해. 쿠로오는 친절하네.”
다시 정면으로 홱 돌린 쿠로오는 나름 차근차근 관계를 심화해가려던 인내가 고작 1시간도 되지 않아 무너질 것이 눈에 선했다. 결국 쿠로오는 난감한 듯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스가와라를 돌아보며 참지 못한 감상을 속삭였다.
“넌 진짜 환장하게 귀엽다.”
“……그거 칭찬?”
“굳이 정확하게 따지자면 고백이지.”
혼잣말은 분명 번잡한 거리 속 소음에 파묻혀 끝까지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쏙 들어오는 스가와라의 손을 더욱 꽉 다잡으며 쿠로오는 미소를 짙게 물들였다.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멀었던 거리가 겨우 좁혀진 것이다. 이제는 손에 잡았으니 절대 놓는 일은 없다.
상경 만세, 쿠로오는 쾌재를 겨울 하늘 위로 쏟아냈다. 수험이 끝나고 이제는 대학의 입학이 시작 될 올해 겨울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며 쿠로오는 벌써부터 내년의 겨울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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