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회지로 내려던 내용입니다만 센티넬버스의 저작권을 알아버린 이상... 이 원고는 휴지조각입니다... 패앵!!!



카르나. 카르나. 카르나. 카르나. 카르나.

세뇌처럼 머릿속을 휘젓는 이름에 아르주나는 더욱 어찔해졌다. 더불어 속이 더부룩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아르주나는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르주나 님,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아르주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팔에 꽂혀 있던 무언가가 쑥 빠졌다. 그 감각은 썩 불쾌해서 아르주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의 의식을 묻던 간호사가 성의 없는 사과를 건넸고, 바늘이 꽂혀 있었던 부분을 차가운 솜으로 힘주어 문질러주었다. 그것이 꽤나 아려서 아르주나는 결국 억지로 퍽퍽한 입술을 움직이고 목을 울렸다.


 “……난 괜찮습니다.”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를 하고서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간호사는 깔끔하게 아르주나에게서 손을 뗐다. 머리가 여전히 어지러웠으나 속이 거북한 것은 조금 괜찮아진 듯했다. 그래서 아르주나는 눈을 떴다.


 “깼나?”

 “…….”


착각이었다.

속이 더욱 거북해졌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말로 한바탕 원맨쇼를 선보일 수 있을 만한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다. 하지만 아르주나는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가진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짰다. 모든 일의 원흉이 스스로 제 앞에서 비킬 기회와 시간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르주나의 입에서 말이 되기도 전에 물거품처럼 녹아버렸다. 원흉이 먼저 입을 열어 부정의 대답부터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못 나간다.”


어째서라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물음은 허망할 뿐이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아르주나 저 스스로 대답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센티넬인 아르주나가 센티넬인 카르나에게 각인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당사자인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믿을 수 없었으나 현실이 이렇기에 아르주나는 꼼짝없이 기억을 되짚어볼 뿐이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르주나는 물론 그를 주시하던 카르나까지 더 괴로워졌다.


 “난 센티넬이다.”

 “안다.”

 “그런데 내가 왜 너 따위의….”

 “더 말하지 마라.”

 “…가이드가 되었지?”


자신에게도 묻는 양 뱉어버린 질문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카르나가 오만상을 찌푸렸으며, 그에 질세라 질문자 아르주나도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오로지 그 두 사람만 싫은 티가 역력했고, 간호사를 포함한 전문 의료진들은 각자 할 일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척 바쁘게 연기를 이어나갔다.

그야 당연했다. 저 두 사람의 말다툼과 신경전에는 이미 신물이 난 데다 말린다고 들을 인물들이 아니셨으니 당연했다. 그 카르나와 아르주나였다. 이름만 떠올려도 골치가 아프다며 다들 모로 돌아 혀를 내둘렀다.



Posted by 연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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